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76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개를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 위기와 고용 충격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복안이다. 정부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우선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는 디지털 뉴딜에 13조4000억원, 그린 뉴딜에 12조9000억원을, 고용 안전망 강화에 5조원 등 31조3000억원을 투입해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부터 보조금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이 같은 소비·투자 진작으로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가 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고용안정) 뉴딜 등 2+1개 축으로 구성된다. 7개 분야 총 25개 핵심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자한다.
먼저 디지털 뉴딜을 보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공공데이터 개방, 국가망 5G 전환, 5G·AI 융합, AI·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등 2022년까지 가장 많은 6조5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22만2000개를 만든다. 모든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일부 학교에 구형 노트북을 교체하고, 태블릿PC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 기반 교육 인프라를 만들고, 현행법 틀 내에서 비대면 의료 인프라도 보강한다. 건강 취약계층과 만성질환자, 취약고령층 등 42만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기기와 웨어러블을 보급해 보건소와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면 디지털 건강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공공시설에서는 와이파이를 항상 쓸 수 있고, 도서·벽지에도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린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두 가지 축 중 하나인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1조4000억원을 들여 비대면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그린 뉴딜에는 전국의 낡은 공공임대주택 18만6000채와 어린이집, 보건소 등에 고효율 단열재를 설치하고 환기시스템을 보강하는 그린리모델링을 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국립 유·초·중·고를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그린스마트학교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이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설비투자 세액공제제도를 기존 10개에서 1개로 단순화하고 세액공제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특히 직전 3년 평균보다 투자를 늘리면 증가분에 추가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서 국내로 회귀하는 유턴 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종합 패키지'를 마련했다. 유턴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하면 분양 우선권을 주고, 임대 전용 산단이나 새만금 등에 맞춤형 용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비수도권 기업의 보조금은 사업장당 200억원으로 2배 확대하고, 수도권으로 복귀한 기업 중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 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을 주기로 했다. 또 해외사업장 생산량 감축 요건을 폐지하고,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준다.
제2의 벤처투자붐 조성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 창업기업 부동산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혜택은 기간 연장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을 막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영화계 등 코로나에 고용여건이 나빠질 수 있는 분야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미 지원 대상인 업종은 지원 기간을 연장한다. 신종코로나에 수출기업이 받는 타격이 본격화된 만큼 경제특구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임대료도 깎아준다.
정부는 연간 90일로 제한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모두 소진한 기업에 대해 하반기 중에 한시적으로 추가 인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대책 발표 시기는 미정이다.
소비 진작에도 나선다. 앞서 정부는 3~6월 소득 공제를 확대했다. 신용카드는 기존 15%에서 30%로,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은 30%에서 60%로,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은 40%에서 80%로 각각 올렸다. 하반기에는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원래대로 복귀시키는 대신 공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8월부터는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대신 연간 카드 사용액 공제 한도를 높일 예정이다. 상향 조정 폭은 다음 달 말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발표한다.
승용차 구매시 개별소비세 인하 폭은 7월부터 30%로 축소하지만, 100만원 이내 한도는 없애 고가의 차를 살수록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8월부터 코로나 피해업종에서 쓰면 기존의 5배 수준으로 확대됐던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율이 원상 복귀되지만, 연간 카드사용액 공제 한도는 올린다.
에너지 고효율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전기밥솥, 세탁기를 사면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사업의 규모는 15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확대된다. 소진 시까지였던 할인 혜택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의류건조기가 대상에 추가됐다.
경제활동인구(2773만명)의 절반을 넘어서는 1618만명에 1인당 1만원꼴로 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등 8종의 할인쿠폰을 지급, 지급액의 5배 이상으로 소비를 끌어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에 두고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175조원 금융패키지에 더해 추가 보강을 하고, 위기·한계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 20조원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기구 등 금융안정 패키지를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를 확실히 극복할 때까지 재정·금융·외환 등 가용한 거시정책 수단들을 최대한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기존 2.4%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0.1%에는 추경 등 재정 정책 효과가 반영됐다.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통해 올해 마이너스 성장만은 막을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역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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