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벌꿀 생산이 급감해 양봉농가가 울상짓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충남도지회 서산지부와 서산시에 따르면 본격적인 아카시아꿀 생산 철인 요즘 기상 여건 악화로 지역 140여 양봉농가가 아카시아꿀을 거의 채취하지 못하고 있다. 5월 들어 비가 자주 내린 데다 한낮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를 밑돌면서 아카시아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고, 꿀벌의 활동도 크게 움츠러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카시아꿀을 정상적으로 생산하려면 한낮 기온이 섭씨 23도 이상 유지돼야 하는데, 요즘 기온이 이를 크게 밑돌아 벌꿀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양봉농가의 설명이다. 연간 국내 꿀 생산이 평균 8만 톤 정도인데 올해는 10%인 8000톤 생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양봉협회 서산지부장인 이종엽(71·지곡면) 씨의 경우 현재 200통의 양봉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카시아꿀 생산량이 전무한 실정이다. 소초광(꿀벌집)에서 꿀이 소량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꿀벌 먹이로 사용될 뿐 출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8드럼(시가 7천만원)을 생산했던 것과 비교해 너무 대조적인 것이다. 1드럼에는 꿀벌 330㎏이 담긴다. 이 지부장은 "올해 아카시아꿀 농사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25년간 양봉업을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강 모(57.서산시 성연면) 씨도 이달 초 꿀벌통 100개를 인근 시·군에 설치하고 꿀을 채취하려 했지만 꿀벌집에 저장되는 꿀이 워낙 적어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는 "이달 초 아카시아꽃이 제대로 개화하지 않아 꿀벌에 먹이를 먹이는 일까지 있었다"며 "지금은 벌꿀 생산은 고사하고 꿀벌이 폐사하지 않은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상 여건이 좋아져 한낮 기온이 23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때가 되면 아카시아꽃이 대부분 져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양봉농가를 더욱 한숨짓게 하는 건, 양봉업은 다른 농산품과 달리 자연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과 강씨는 "이상저온 피해는 사실상 자연재해"라며 "당국은 양봉농가가 회생할 수 있도록 벌꿀 먹이 등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올해가 이례적인 흉작인 점을 감안해 정확한 양봉 생산량을 조사한 후 보상 가능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조만간 양봉농가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먹이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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